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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자 [명화 속 비밀이야기] (4)

유혹자 [명화 속 비밀이야기](4)

 

 

TV프로그램을 보니 가정에서 도마뱀이나 뱀, 페릿, 고슴도치, 슈가글라이더

같은 다양한 애완동물들을 키우더라구요.

혐오스런 외형과 공격적이고 간교하며 악한이미지 때문에

저는 뱀을 싫어한답니다.

 

성경에서도 뱀은 사단으로 통하는데요.

특히 창세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들이 많더라구요.

하와를 꼬드겨 선악과를 먹게한 죄로

배로 다니고 종신토록 흙을 먹는 저주를 받죠.

 

그렇다면 저주받기 전, 뱀은  걸어다녔나?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뱀은 개구리나 쥐를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흙을 먹는다니...

하나님께서 거짓말을?

 

 

여러분은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총6편의 그림을 통해

머리나 몸통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유혹자 뱀을 살펴볼기로 해요?

 

 

화가는 왜 유혹자로

머리나 몸통이 인간의 모습을 한 뱀으로 묘사했을까요?

 

 

루카스 크라나흐, <지상낙원>, 1530, 빈, 미술사박물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것을 다스리며 지키케 하시고,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임의로 먹되

선악나무 실과를 먹는 날에는 정녕 죽는다 주지시키고 계시네요.

 

 

그림 좌측부터

검을 든 천사가 신에게 불순종한 아담과 하와를 쫓아내는 장면,

선악과를 먹고 자신들이 벗었음과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나무사이에 숨는 장면,

하나님이 잠든 아담의 갈비뼈를 취해 하와를 만드는 장면

(붉은 옷의 하나님께서 아직 약한 창조물인 하와가 일어설 수 있도록 뒤에서 돕고 계시네요),

반 인간의 형상으로 표현된 유혹자 뱀이 하와에게 선악과를 건네주는 장면,

하늘, 땅, 물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창조한 후 하나님의 모양과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는 장면이에요.

 

 

부시코의 거장과 그의 공방, <아담과 이브 이야기>,1415, 보타치오의 필사본 세밀화,

로스엔젤레스, 게티 미술관

 

 

 

 

3

미켈란젤로, <인류의 타락과 낙원으로부터의 추방>, 1508~12, 프레스코화,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인류의 타락을 소재로 한 그림은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와가 열매를 따서 아담에게 주는 것이지만,

이 그림에서의 아담은 직접 나무에서 열매를 따려고 하네요.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지만,

미켈란젤로는 이부분을 건너뛰었구요.

 

앞의 두 작품과 비교해봐도

바위와 죽은 나무 둥치만 보이는 이 곳이 낙원이라 하기에는

많이 미흡해 보이죠? 

 

풍경화에는 관심이 없었던 미켈란젤로는

전통을 거스른 거칠고 파격적인

인체와 감정 묘사에 중점을 두었구요.

 

'공포감을 줄 정도의 극한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테리빌리타(terriblilita)'는

미켈란젤로의 화풍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대요.

 

 

 

4

파올로 우첼로, <이브의 창조와 원죄>, 1432~36, 프레스코화,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성경 어디에도 뱀의 성별이 여자라고 나와있진 않아요.

여성의 머리를 한 뱀은 있을 수도 없구요.

 

그러나 남성을 유혹하고 나아가 파멸시키기까지 하는 여성을

인류를 타락시킨 원죄의 매개체인 뱀과 동일시해서 묘사하고 있네요.

 

 

 

히에로니무스 보쉬, <건초 수레>, 1516년 경, 패널화, 마드리드, 국립 프라도 미술관

 

 

왼쪽 패널에서 인류의 창조와 타락, 에덴 동산에서의 추방 당하는 모습에서

아담과 하와가 보이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천사 루시퍼도 천국에서 쫓겨나고 있어요.

중앙 패널에서 보쉬는 덜컹거리며 한 방향으로만 폭주하는

건초 마차처럼

온갖 부질없는 세상 일에만 사로잡힌

당시의 인간세상을 풍자해서 그림에 담았어요.

 

 

건초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세상의 즐거움을 빗대고

사람들은 한 줌의 건초라도 더 손에 쥐어보고자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네요.

 

 

그림 중앙 위에는, 땅 위의 죄악과는 동떨어진 구름 사이에

십자가 수난에서 입은 상처를 보이며 그리스도가 서 계시죠.

유일한 구원을 제공할 분이시지만,

건초 마차를 탄 사람들의 눈에는 그 간단한 진리가 보이지 않는가봐요.

 

 

한 천사가 마차에 실린 건초 꼭대기에 내려 앉아

인간을 위해 그리스도에게 중재를 기도하고

 맞은 편에는 푸른 색(위선과 기만을 상징)의 악마가 자리잡고 있죠.

그 중앙에 한 남녀가 서로를 안고 있고

악기를 다루는 이가 있네요.

악마의 농간으로 인간들은 하나님을 향한 눈을 잃어버리고

오직 자신들의 향락만 추구하고 있어요.

 

 

염세주의자였던 보쉬는

왼쪽 패널 '인류의 타락'으로 인한 결과를

'불타는 지옥'으로 오른쪽 패널에 담아내고 있어요.

또한, 왼쪽과 오른 쪽 패널을 중앙으로 접으면 또 하나의 그림인 <순례자>가 나와요.

작품 속 순례자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걸어온 길과 그 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며

구원과 치유를 위해 길을 떠나는 모습이에요.

 

 

마솔리노 다 파니칼레, <유혹 당하는 아담과 이브>, 1423년 경, 프레스코화,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 브란카치 예배당

 

유혹자를 뱀으로 선택한 것은

고대주술의 의미를 부여했던 동시대의 유대교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마법적 지혜로움과 섹슈얼리티에 따라 뱀을 성스러운 상징물로 다루었다고 해요.

유대의 히스기야 왕(기원 전 716~687)의 중재가 있기 전까지

뱀은 숭배의 대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되어

뱀에게 유혹자라는 정체성이 부여된 것이죠.

 

 

이 외에도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2~3세기)와 보베의 빈센트(1494) 또한

이브를 유혹하는 뱀의 머리를 여자로 묘사했대요.

 

 

 

출처 :  [세계명화 속 숨은그림 읽기] / 파트릭 데 링크 지음

 [천사와 악마 그림으로 읽기] / 로사 조르지 지음

 여자, 서양미술을 비틀다  [그림수다] / 김영숙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