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천사와 여자의 만남은... [명화 속 비밀이야기] (1)

천사와 여자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천사와 여자의 만남'하면 어떤 생각이 떠 오르세요?

천사와 여자의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시 아세요?

 

모르시겠다구요?

그럼, 천사와 여자의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 동그랗게 뜨시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구요~

 

 

1

성화에 흔히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수태고지'인데, 말 그대로 수태(임신)할 것을 미리 알린다는 것이에요.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남자를 모르는 순결한 여인 마리아가 배가 불러올 것을 듣게 된다면???

당시 율법으로는 처녀가 임신을 하면 돌로 쳐 죽이게 했거든요.

하나님께서는 "무서워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어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수태할 아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다."라고 미리 천사를 보내 귀띔해주시려고 하신 거죠.

 

안젤리코(Fra Angelico)의 1435년 작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테라스에 푸른색 망토를 걸친 성모마리아가 정숙한 자세로 앉아 막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대천사 가브리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네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땅을 밟은 가브리엘의 태도 또한 매우 공손하죠. 두 손을 모아 예수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어요.

 

 

그림 왼편의 아름다운 정원은 에덴동산을 떠올리게 하네요,

아담과 하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 그들의 발밑에서 뒹굴고 있는 사과들로 예측해 보건대 사과를 훔쳐 먹고 쫓겨나는 모습으로 보여요. 그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도 천사 가브리엘이고요.

 

 

여기서 잠깐!

성경의 창세기3장에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를 하나님께서는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고 에덴동산에서 쫓아 내신후, 에덴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십니다.

 

 

아담과 하와의 표정은 의심과 분노로 잔뜩 일그러져 있으면서도 곁눈질로 마리아를 지켜보고 있어요. 이들의 죄로 말미암아 인류에게 사망과 고통이 찾아왔지만, 이 인류의 죄를 대속하려 십자가 지실 예수를 마리아가 잉태함으로 인류에게 희망이 있게 됨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래요.

 

 

또한 하나님께 불순종한 아담과 하와, 하나님께 순종한 마리아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프라 안젤리코는 곳곳에 상징물을 그려 넣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고 있어요.^^ 마리아를 향해 쏟아지는 빛의 시작점에 하나님의 두 손을, 그 빛 속에는 비둘기(성령을 의미)를,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 사이에 서 있는 건물 기둥 아치 위에는 근엄한 표정의 하나님의 얼굴을요! 

 

 

안젤리코의 이 그림이 매력적인 이유는 마리아가 앉아 있는 집이 15세기 당시 이탈리아의 세련된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래요. 아치로 된 천장이 마치 별들이 박힌 푸른하늘처럼 보이고 앞에서 본 천장의 모양이 마리아의 이니셜인 알파벳 'M'을 떠올리게 하고 있죠.

그리고 열려 있는 문 안쪽으로 아주 소박해 보이는 가구 몇개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마리아가 검소함의 미덕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이용했대요.

 

 

 

2

로베르 캉팽(Robert Campin)의 제작 연도가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의 생애처럼 제작연도도 확실치 않은 로베르 캉팽의 '수태고지'는 화려한 의상과 교회로 보이는 웅장한 고딕양식이 고급스러움을 풍기고 있는데요.

책을 읽느라 가브리엘 천사가 가까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짙푸른색 옷을 입은 마리아!

흰색 천으로 곱게 싼 책은 다름아닌 '구약성서'로 당시 기록에 따르면 마리아는 글을 읽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마리아는 왜 '성서'를 읽고 있을까요?

화가의 의도는 '성서'를 그려 넣어, 예언자 이사야가 예수의 탄생을 이미 예언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실행한 것임을 보여주려 한 것이래요.

 

 

그림 왼쪽 상단에는 하나님이 보낸 빛이 뻗어 비치고, 그 빛은 마리아의 머리 위를 정확히 향합니다. 아직 자신이 예수를 잉태할 운명이라는 것을 모른채 막 빛을 받은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의 수태고지 바로 직전의 상황이죠.

 

 

 

 

3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1472~1475년 작으로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다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야외에서 독서대를 놓고 '성서'를 읽고 있는 마리아 앞에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무릎을 꿇고 수태고지를 하고 있어요.

가브리엘은 손가락을 들어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있으며 받아들이는 마리아 역시 한 손을 내밀어 조용히 수긍하는 모습이에요.

 

 

이 그림속 마리아의 오른팔은 왼팔에 비해 너무 길고, 팔의 자세도 부자연스러우며 책을 읽고 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독서대 위치도 불편하고 어색한 부분들 때문에 다빈치의 작품이 아닌, 다른 사람을 시켜 그린 것으로 생각했대요.

그러나 이 그림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 그림이 처음에 수도원에 걸려 있었는데 우측 사선 방향에서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알려졌고, 다빈치가 모두 미리 계산해서 그렸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대요.

 

 

 

 

여러분~ 어떠셨어요?

천사와 여자가 만나는 그림 세 편 잘 보셨나요?

천사와 여자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눈에 잘 들어오시죠!

 

 

아무 생각없이 명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명화 속에 녹아든 화가의 생각과 마음을 꺼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네요~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 출처 : 명화 속 비밀이야기 (강지연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