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손으로 만져봐야 믿는가
신앙하는 사람이라면 신심이 크다는 것을
사람에게든 신에게든 인정받고 싶어할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성경에는 믿음이 적은 자라고 책망받는 인물도 있고
믿음이 크다 인정받는 인물들도 있어요.
그럼, 그림의 주인공을 만나볼까요?
제목처럼 "꼭 손으로 만져봐야 믿는가?"
누구인지 감이오시나요?
게네사렛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로 일하다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갈릴리 출신의
도마(디두모 라고도 함)가 오늘의 주인공 이에요.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께서 "내가 가는 곳의 그 길을 너희가 알고 있다" 는 말씀에
도마는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삽나이까"라고
감히 나서서 솔직히 되묻는 모습을 볼 수 있구요.
부활하신 예수가 오셨을 때에
함께 있지 아니하였던 도마는
예수님을 보았다고 다른 제자들이 말할 때에
"내가 그 손의 못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다"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에게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라고 까지 말씀하시는 것을 볼 때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좋은데, 확인된 사실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도마의 이성이 믿음과 연관되어지는 부분에선 씁쓸하지 않을 수 없네요.
서론이 길었죠^^
자! 그럼 우리의 주인공을 보실까요~
1
<의심하는 성 도마(The Incredulity of St. Thomas)>
루벤스(Rubens)의 1614년 작으로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소장
그림 속의 제자들은 신기한 듯이 예수님의 못자국 난 손바닥을 보고 있는데,
유독 한 사람만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네요.
'꼭 손으로 만져봐야 믿는' 오늘의 주인공 도마가 되겠습니다.
예수님 역시 도마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지만,
측은함의 눈빛은 숨길 수가 없겠죠~
2
<의심하는 성 도마(The Incredulity of St. Thomas)>
마졸리노(Ludovico Mazzolino)의 1522년 작으로 이탈리아 로마 보르게제 미술관 소장
화가 마졸리노의 그림 분위기는 무척 평면적이라 만화 같은 느낌이 들어 당시 화가들 사이에서 유행에 뒤쳐진다는 평을 듣기도 했대요. 그림속 인물의 표정을 주의깊게 보시면,
도마를 위해 친히 한쪽 팔을 들어주고 있는 예수님께서
"꼭 손으로 만져봐야 믿겠느냐?"시며
가벼운 나무람의 시선을 던지시는 듯 하죠?
이에 두 손가락을 옆구리 깊숙이 찔러 넣는
도마의 어두운 표정 이면에는
손가락을 넣어보았지만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함이 자리를 잡고 있는 듯 하네요.
3 <의심하는 성 도마(The Incredulity of St. Thomas)> 카라바조(Caravaggio)의1601~1602년 작으로 독일 포츠담 상수시 궁전 소장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을 강하게 대비시켜 드라마틱한 효과를 즐겨 표현했대요. 이 그림은 그의 그림 중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작품으로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를 통해 주제와 인물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고개를 숙인 예수님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고 몸을 숙여 가까이 얼굴을 대고 자세히 관찰하는 도마! 양 미간과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은 채 집중하여 쳐다보고 있는 다른 제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네요.
"꼭 손으로 만져봐야 믿겠느냐" 시면서, 예수님의 손이 도마의 손을 이끌어 옆구리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게 하는 것처럼도 보이고, 예수님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의심의 눈으로 옆구리의 상처를 헤집는 도마의 손목을 제지하는 것처럼도 보이네요. 여러분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시나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살다보니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일들이 많죠. 눈에 보이는 것은 그나마 믿을 수 있겠지만, 때론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믿음과 의심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듯, 확실히 알 수 없어서 의심하는 것과 맹목적인 믿음도 경계해야 겠어요. 여러분도 도마와 같은 상황이라면 믿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님, 꼭 손으로 만져봐야 믿으시겠어요? 결정권은 항상 여러분 몫입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히 11:1)" [ 출처 : 명화 속 비밀이야기 (강지연 지음) ]